수면무호흡증 치료를 위한 먹는 약물이 대규모 임상시험에서 참가자 절반의 비정상적인 호흡 증상을 개선하는 데 성공했다. 참가한 환자 5명 중 1명은 증상이 완전히 사라진 것으로 나타났다. 수면 중 마스크 형태의 기기를 착용해야 하는 기존 치료법을 대체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23일 국제학술지 '사이언스'에 따르면 미국 바이오기업 앱니메드는 기계식 치료에 의존하던 폐쇄성 수면무호흡증(OSA) 환자 646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이같은 임상시험 결과를 19일(현지시간) 발표했다.
수면무호흡증은 잠자는 동안 기도가 반복적으로 막혀 호흡이 일시적으로 멈추는 질환이다. 전 세계적으로 무려 약 10억 명이 겪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치료하지 않을 경우 뇌졸중, 알츠하이머병, 심장마비 등 심각한 합병증 위험을 높인다. 현재 표준치료법인 양압기(CPAP)는 수면 중 마스크를 착용해야 하는 탓에 환자 불편함이 크다.
이번 경구용 치료제 임상시험에 참가한 환자들은 매일 밤 자기 전 경구형 수면무호흡증 치료제인 'AD109' 또는 위약을 6개월간 복용했다. 그 결과 AD109 투여군은 위약군 대비 수면 중 호흡이 얕아지거나 멈추는 사건이 평균 56% 감소했다. 이 중 22%는 수면 중 숨이 막히는 일이 한 시간에 5번도 안 될 정도로 줄어 사실상 병이 완전히 조절된 '질환 완전 통제' 상태에 도달했다.
앱니메드는 올해 하반기 이번 임상시험의 전체 결과를 공개하고 2026년 초 미국식품의약국(FDA)에 승인 신청을 할 계획이다.
세계 최초의 경구용 수면무호흡증 치료제인 AD109는 두 가지 기존 약물을 결합했다. 기도 근육 중에서도 혀 근육의 긴장을 유지해 기도 폐쇄를 방지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주성분 중 하나인 아토목세틴은 주의력결핍과다행동장애(ADHD) 치료제로 승인된 약물이다. 수면 중 감소하는 호르몬인 노르에피네프린의 재흡수를 차단해 기도 근육 긴장도를 높인다. 또 다른 성분 아록시부티닌은 과민성 방광 치료제에서 개량된 물질로 혀 근육의 이완을 막는다.
임상시험 결과에 대해 시그리드 비지 미국 펜실베이니아대 신경과 교수는 “기도 근육을 효과적으로 자극해 수면무호흡을 줄이고 산소저하의 심각성까지 낮췄다는 점이 매우 고무적”이라며 “명확한 생리학적 근거가 있는 강력한 효과”라고 평가했다.
미국 예일대 수면의학 프로그램 책임자인 클라르 야기 박사는 AD109의 치료 효과가 체중과 관계없이 모든 중증도에서 즉각 나타났다는 점을 주목했다. 그는 “비만 환자에게만 효과가 제한된 기존 주사제와 달리 이 약물은 더 폭넓은 적용 가능성을 보여줬다”며 “정밀 수면의학 시대를 여는 의미 있는 진전”이라고 말했다.
이번 중간 발표에서 낮 시간 졸림이나 삶의 질 개선 여부 등 증상 완화 측면은 확인되지 않았다는 점은 한계로 지적된다. 나지브 아야스 캐나다 브리티시컬럼비아대 교수는 “단순히 지표가 개선됐는지가 아니라 환자가 실제로 치료 효과를 체감하느냐가 중요하다”며 “심혈관계 질환 등 장기적 위험 감소 효과는 이번 6개월 시험으로는 알 수 없다”고 말했다.
또한 아토목세틴의 각성 효과로 인해 수면의 질 저하나 심박수 및 혈압 상승 가능성도 지속적으로 관찰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제기됐다. 비지 교수는 “약물이 염증 지표인 'C반응성 단백질 수치'를 올릴 가능성도 있다”며 장기적 안전성 검증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박정연 기자 hesse@donga.com